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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애개육아] 아기와 강아지 함께 키우기 (2)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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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이후 후추가 사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건 같이 살고 한 두 달쯤 지난 후부터이다. 비록 시도 때도 없이 울고, 근처에 가면 팔다리를 허우적허우적 해서 놀라게 하는 동생이지만 그래도 본인을 해하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 게 그 정도 걸린 것 같다.

 

[애개육아] 아기와 강아지 함께 키우기 (1) 첫만남

아이를 임신하고 가장 조심스러웠던 부분은 아기와 강아지를 어떻게 하면 함께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후추에게도 태어날 아기 소금이에게도 최선의 환경을 선물하고 싶어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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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는 겁이 많아서 그 이후로도 빠르게 소금이에게 다가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소금이가 120일경 뒤집기를 시작하고 침대생활을 접고 바닥으로 내려오면서 가까이에서 소금이를 탐색할 기회가 많아져서인지 전보다 훨씬 더 편하게 여기는 것 같아 보인다. 

 

이번 포스팅은 첫만남 이후 둘이 친해지는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아직 소금이가 크게 움직임이 있을 때가 아니라 주로 후추가 소금이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내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1.  적당한 거리두기와 탐색

뒤집기 전까지 소금이는 많은 시간을 바운서에서 보냈다. 소금이가 바운서에 있는 동안 후추는 근처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수시로 탐색을 했다. 귀엽게 오른쪽 사진처럼 서로 눈을 마주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탐색이 좀 과감해졌는데, 그럴때마다 아직 모로반사로 손발 컨트롤이 잘 안되는 소금이한테 펀치를 맞고 놀라서 저 멀리 도망을 가곤 한다. 그래도 금방 다시 냄새 맡으러 오는 걸 보면 크게 타격은 없는 듯하다. 

 

 

2. 소금이의 뒤집기 시기, 탐색전의 절호의 찬스

(좌) 굳이 소금이 옆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 (우) 소금이의 터미타임을 지켜보고있다. 

소금이의 터미타임 시간이 후추에게는 탐색의 절호의 찬스였다. 바닥으로 내려온 아기사람 근처에서 이리저리 적극적으로 탐색을 한다. 근처에 앉아서 뭘 하는데 버둥대나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다.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바닥에서의 터미타임 시간이 길어졌다. 좀 익숙해졌는지 부쩍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서로 궁금해하는데 후추는 쫄보라 아직 약간 소금이의 터치는 불안하고, 소금이는 아직 팔다리 셀프 조작이 매끄럽지 않아 후추를 만질 수가 없다.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안타깝다 :)

 

 

3. 한 침대 쓰기

(좌 사진) 후추가 소금이 침대에 들어가는 건 소금이가 잘 때 잘 있나 수시로 한 바퀴씩 돌아볼 때뿐이었는데, 어느날 혼자 소금이 침대에서 쉬고 있는 걸 발견했다. 소금이가 자는 센터 쪽도 아니고 끝쪽에 살짝 몸만 걸친 걸로 봐서는 특별히 아기 냄새가 좋고 아늑하다 느껴서 들어간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이불이 부드러우니까 한 번 누워본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 사진) 그러던 어느 날 밤에 갑자기 후추가 없어져서 찾는데, 소금이 침대에서 같이 누워자고 있는 게 아닌가. 처음으로 같이 편하게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등을 맞댄 소금이와 후추

후추가 성격이 워낙 겁이 많고 조심스러운데다 아직 소금이의 터치가 부드럽지 않은 관계로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아기와 강아지가 서로 함께하는 예쁜 순간들을 아직 우리 집에선 자주 포착하기 어렵다. 빨리 친해졌으면 좋겠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서로에게 맞는 속도로 마음을 열고 천천히 친해질 수 있도록 지켜보는 중이다. 

 

확실한 건 후추가 소금이를 우리 가족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밤에 잘 때도 아이 방에 들어가 한 바퀴 쓱 침대 주위를 둘러보고 소금이 냄새도 맡고 나온다. 산책하다가 만나는 유모차나 어린아이들을 보고는 긴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금이에게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처음에는 혹시 후추가 아기를 핥거나 긁어서 상처를 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요새는 크게 걱정을 안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있다. 물론 그래도 늘 아기와 강아지가 함께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하거나 불편한 순간들을 매 순간 조심하고 있지만 이렇게 천천히 친해지는 과정이 오히려 아기와 강아지가 서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서로에게 적응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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